구민사 전북 정읍시 덕천면 문화,유적
초겨울의 바람이 차가웠던 오후, 정읍시 덕천면의 구민사를 찾았습니다. 마을 끝자락을 따라 좁은 농로를 지나자 낮은 언덕 위로 붉은 기와지붕이 조용히 드러났습니다. 도로 주변은 대부분 논밭으로, 멀리서 바라보면 구민사가 마치 들판 위에 떠 있는 듯했습니다. 입구에는 오래된 회화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고, 가지 끝에 남은 낙엽이 바람에 흩날리고 있었습니다. 사람의 발길이 뜸했지만, 그 고요함 속에서 오히려 공간의 격이 느껴졌습니다. 조선시대 학자들의 정신을 기리는 사당답게 정제된 분위기가 곳곳에 스며 있었습니다.
1. 덕천면의 한적한 길 따라
구민사는 정읍 시내에서 차로 약 25분, 덕천면사무소에서 남쪽으로 2k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내비게이션에 ‘정읍 구민사’를 입력하면 정확히 안내되며, 인근 마을 표지석을 지나면 곧 홍살문이 보입니다. 진입로는 비교적 평탄하지만 폭이 좁기 때문에 차량 통행 시 주의가 필요합니다. 입구 맞은편에는 5대 정도 주차할 수 있는 소규모 공터가 마련되어 있었고, 대중교통 이용 시에는 덕천면행 버스를 타고 ‘구민사 입구’ 정류장에서 하차 후 도보로 7분 정도 걸으면 도착할 수 있습니다. 길을 따라 걷는 동안 논 사이로 바람이 부드럽게 불어오고, 멀리 산 능선이 시야를 감싸며 정적인 풍경을 완성했습니다.
2. 단아한 사당의 첫인상
홍살문을 지나면 낮은 담장 안쪽으로 대문채와 본전이 마주합니다. 입구의 석계단을 오르면 자갈이 깔린 마당이 나타나고, 그 위로 정갈한 한옥 구조의 본당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지붕의 기와는 세월로 인해 옅은 회색빛을 띠고 있었고, 목재 기둥의 결이 선명하게 살아 있었습니다. 문살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이 바닥에 격자무늬를 만들며 공간을 따뜻하게 비췄습니다. 본당 앞에는 향로와 제기대가 놓여 있었고, 향 냄새가 은근하게 퍼졌습니다.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건물의 비례감과 단정한 선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건축미가 돋보였습니다.
3. 구민사의 역사와 의미
구민사는 조선 중기의 학자 구민(龜民) 신경준 선생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사당으로, 지역의 학문과 예절 교육의 중심이었습니다. 안내판에는 그의 생애와 공적이 간략히 기록되어 있었으며, 특히 실학 연구와 지도 제작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업적이 강조되어 있었습니다. 내부에는 위패와 제기들이 정갈히 보관되어 있었고, 사당 내의 공기가 유독 맑게 느껴졌습니다. 제향일에는 지금도 지역 유림들이 모여 제례를 올린다고 하며, 그 전통이 수백 년간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마루에 앉아 있으면 나무 냄새와 함께 오랜 학자의 숨결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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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정갈하게 다듬어진 경내
마당은 작지만 완벽하게 정돈되어 있었습니다. 잔디 대신 자갈이 깔려 있었고, 낙엽 하나 없이 깨끗했습니다. 담장 옆에는 낮은 향나무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심어져 있어 공간의 균형을 잡아주었습니다.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향나무 잎이 살짝 흔들리며 고요한 리듬을 만들었습니다. 입구 옆에는 간이 의자와 음수대가 마련되어 있었고, 작은 안내문에는 제향일과 관리 단체의 연락처가 적혀 있었습니다. 오후 햇살이 사당 지붕 위로 비치며 은은한 그림자를 드리웠고, 그 풍경만으로도 한 폭의 수묵화 같았습니다. 손길이 닿되, 과하지 않은 관리가 돋보였습니다.
5. 주변에서 함께 둘러볼 명소
구민사에서 차로 10분 정도 이동하면 ‘동죽서원’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두 곳 모두 덕천면의 역사적 유산으로, 학문과 예를 중시했던 조선 선비정신을 함께 느껴볼 수 있습니다. 또한 인근에는 ‘내장산국립공원 정읍사공원지구’가 가까워 서원 관람 후 자연 속 산책을 즐기기 좋습니다. 점심 무렵에는 덕천면 중심가의 한우국밥집이나 올갱이탕 전문점을 방문하면 지역의 맛을 함께 즐길 수 있습니다. 봄에는 구민사 주변 벚나무가 꽃을 피워 담장 너머로 분홍빛이 넘실거리고, 가을에는 황금빛 논이 배경이 되어 사진 명소로도 사랑받습니다.
6. 방문 전 알아두면 좋은 점
구민사는 입장료 없이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지만, 제향일에는 일부 구역의 출입이 제한됩니다.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 사이가 관람하기 좋은 시간대이며, 일몰 이후에는 조명이 없어 이른 시간 방문을 권합니다. 돌계단과 자갈길이 많아 미끄러질 수 있으므로 운동화를 착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내부는 조용히 관람해야 하며, 제단 근처에서는 음식물 섭취나 삼각대 촬영을 삼가는 것이 예의입니다. 주말보다는 평일 오전이 한결 한적했고, 겨울에는 찬 바람이 세기 때문에 따뜻한 겉옷을 준비하면 좋습니다. 조용히 머무르며 사색하기에 알맞은 장소였습니다.
마무리
구민사는 규모는 작지만, 학문의 정신과 선비의 절제가 살아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지나온 세월이 건물 곳곳에 스며 있었고, 관리된 손길 덕분에 고요한 품격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마음이 정돈되고, 자연스레 깊은 숨을 쉬게 되었습니다. 다음에는 봄 햇살이 따뜻할 때 다시 찾아 매화 핀 담장과 함께 보고 싶습니다. 덕천면의 조용한 들판 속에 숨은 이 사당은, 조용히 과거와 마주하고 싶은 이들에게 더없이 좋은 유적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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